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Diary

생일

(벨소리)

아침 6:05. 알람소리는 지난 8시간 동안 고요했던 새벽의 적막을 휘저어 놓는다. 알람은 참 얄밉다. 한치의 실수도 없으니, 잃어나기가 싫다면 다 내 책임이다. 내가 게을러서. 내가 계획을 못짜서…

올해에 단 한번도 새벽 6시에 일어 난 적이 없는데 내가 이 보잘것 없는 미래를 바꿔보겠다고 내가 뭐하는 짓인지.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심정으로 샤워를 하고 집 밖으로 나선다.

오늘만 되면 나는 인싸가 된 기분을 느낀다. 수없이 쏟아지는 연락! 끊이지 않는 축하 메세지에 내 카톡은 평소보다 훨씬 바쁘다 - ‘일이 많기 때문에’.

나이와 축하문자의 길이는 반비례 한다는걸 느낀다. 옛날에는 누군가 “생일축하해!” 라고 연락을 했다면 “고마워! 잘 지내지?” 라고 안부를 물었지만 이제는 “고마워!” 라고 깔끔하게 답을 한다. 어차피 카톡과 진정한 관계의 깊이는 상관 관계일뿐 인과 관계가 아니라는것을 알기에. 하지만 친구들, 그리고 동료들이 챙겨주는 선물은 오히려 의미가 더 크다. 나이가 들며, 관계가 약해짐에 따라 손수 선물을 챙겨주고, 편지를 써주는것은 오히려 더 큰 노력을 하는것이니. 부모님이 내가 보기엔 시덥지 않은 드라마를 보고 눈물을 훔치는것은 나이와 느끼는 감정의 골이 정비례 하기 때문일까? 라는 생각도 한다.

오후의 시간을 내 생일을 위해 헌납하는 친구들이 나는 고맙다. 그들에게는 어쩌면 365일중 어제오늘과 다를 바 없는 24시간이지만, 의미를 부여하고, 함께 축하해주며 관계의 소중함을 상기 시키고, 평범한 날을 누군가에겐 특별한 날로 바꿔주는 ‘트릭’ 이 나는 감사하다.

나는 오늘부로 26살이 됐다. 소인수 분해를 하면 2와 13 으로 이루어져있는, 오묘한 나이… 사람들은 이제 진지해질 나이가 됐다고 하지만, 그걸 받아드리기엔 너무 어린 나이, 듣고 실천하기엔 이마에 충분히 피가 마른 나이. 그 애매한 나이에서 올해의 나는 어떻게 변할지 기대가 된다.

이젠 내가 사라져볼게!

얍!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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